양해찬 노근리 유족회장이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발생한 노근리 사건 때 미군이 쏜 총포 흔적을 가리키고 있다.
“이제 풀어야지. 용서하고, 화해해야지.”노근리 사건 70돌 기념사업의 하나로 다음 달 10~12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평화공원 등에서 열리는 노근리 글로벌 평화포럼에서 노근리 사건 생존자·유족과 한국전쟁 참전 용사 유족 등이 특별한 만남을 한다. 만남은 한국전 참전용사 유족인 조르자 레이번(72)씨 등을 노근리 사건 생존자·유족인 양해찬(80) 노근리 유족회장 등이 맞는 형식이다.조르자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격전지였던 경북 왜관 낙동강 전투에서 실종됐다. 홀로 남아 60여년 남편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지난해 숨을 거뒀으며, 유언에 따라 유골 일부를 아버지가 있을 낙동강 변에 뿌렸다.양 회장은 1950년 7월23일 피란길에 올랐다가 미군 폭격으로 할머니·형·동생을 잃었다. 자신도 왼쪽 다리 총상을 입었다. 양 회장은 “미군이 원망스러웠다. 70년 동안 한을 안고 살았지만 그들도 전쟁이 낳은 피해자다. 한국전 참전용사 유족을 만나면 어깨를 토닥이며 그의 아픔도 보듬어주고 싶다”고 했다.
노근리 사건이 발생한 충북 영동군 황간면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근처에 조성된 노근리 평화공원.
노근리 글로벌 평화포럼에선 평화를 위한 토론과 학술 행사 등이 온·오프라인으로 이어진다. 한국전 참전용사였던 세계적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 등은 온라인 평화 콘서트로 참여한다. 노근리 사건을 세계에 알린 <에이피> 통신 찰스 헨리 전 기자, 독일 방송 마크 비제 프로듀서 등은 ‘세계 평화 언론인과 대화’를 진행한다.배우 정우성, 변호사 박준영씨 등 역대 노근리 평화상 수상자들이 평화 심포지엄에 참여하고 ‘전쟁과 분쟁의 참혹성’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 ‘노근리 사건의 교훈’ 등을 주제로 학술 행사도 이어진다. 김혜연 노근리 사건 70돌 기념사업 추진단 국제사업팀장은 “평화·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알리려고 특별한 만남과 포럼을 준비했다. 온라인으로 평화·인권을 공유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글·사진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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