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피해자 30명도 안 돼”…노근리 사건 국가보상 언제 이뤄지나-한겨레신문
제주4·3사건 피해자 배·보상을 계기로 한국전쟁 초기 미군 총격으로 민간인 수백명이 희생된 노근리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이 사건 발생 72년 만에 가시화하고 있다.
노근리사건 희생자 유족회는 20일 “노근리사건 희생자·유족 등의 피해 보상 규정을 담은 ‘노근리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노근리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다.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법안이 통과돼 70년 넘은 유족의 한이 풀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근리특별법 개정안은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증평군진천군음성군) 등 11명이 지난해 11월17일,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충남 아산시갑) 등 10명이 지난해 11월18일 각각 발의했다. 여야 두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지난달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에 상정됐다.
두 법안 모두 노근리사건 희생자와 그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 의원 법안의 보상금 기준은 사망·행방불명 희생자 9천만원, 후유장애 희생자 9천만원 이하 등이다. 이 의원 법안은 희생자 8천만원, 희생자의 배우자 4천만원, 희생자 자녀 800만원, 희생자 형제 400만원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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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는 임 의원 법안의 경우 사망자(150명) 135억원, 행방불명(13명) 11억7천만원, 후유장애(63명) 56억7천만원 등 예산 203억4천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의원 법안 예산은 희생자(226명) 180억8천만원, 배우자(34명) 13억6천만원, 자녀(2053명) 164억2400만원, 형제(153명) 6억1200만원 등 364억7600만원으로 추계했다.
노근리사건 현황도.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25~29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주변에서 미군 총격으로 피란민 등 민간인 수백명이 희생됐다. 정부는 사건 조사를 통해 2005년 희생자 226명, 유족 2240명 등을 공인했다. 노근리 평화공원 제공
두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제정된 ‘제주4·3사건 특별법’의 희생자 보상금 규정을 본보기 삼았다. 정부는 용역, 공청회, 유가족단체와 협상 등을 거쳐 사망·행방불명자 보상금을 9천만원으로 ‘조율’했다.
지난해 9월 국회 행안위에 출석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제주4·3사건은 한국전쟁 전후 과거사 사건 피해자 보상 기준의 선례가 된다. 노근리사건 보상은 제주4·3사건을 기준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야에서 법안을 발의한데다, 보상금 편성·지급 주체인 행안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셈이다. 임호선 의원은 “대선 등을 거치면서 의사일정 때문에 법안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법 제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은 마음이 급하다. 노근리사건 유족회는 정부에 특별법 개정 청원서를 보낸 데 이어 최근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 촉구 사진전을 열었다.
정구도 노근리사건 유족회 부회장은 “노근리사건 피해 생존자는 대부분 80살을 넘긴 고령자이고 이제 30명이 채 안 된다. 시간이 갈수록 유족의 속은 타들어간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안에 노근리사건 등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근리사건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25~29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부근에서 미군 총격으로 피란민 등 수백명이 숨진 사건이다. 2000년 9월 <에이피>(AP) 보도로 널리 세상에 알려졌으며, 한국은 2005년 희생자 226명(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63명), 유족 2240명을 공식 인정했다.
미국은 2001년 1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유감 성명을 내고 추모탑 건립(118만달러)과 장학금 지급(280만달러) 등 위로금을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전쟁 당시 미군 관련 모든 민간인 피해 사건에 대한 위로를 대상으로 정하자, 노근리사건 유족회 등은 노근리사건만을 위한 보상을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이 제안을 거부했고, 관련 예산은 2006년 11월 미국 국고로 환수됐다. 이후 미국 정부는 어떤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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