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노근리 유족, 미군 유족 보듬다
작성자노근리평화공원
등록일2021.01.29
조회수316
70년 만에.... 노근리 유족, 미군 유족 보듬다
낙동강 전투 실종 미군 유족 등 3명 노근리 찾아
노근리사건 유족인 정구도 노근리 평화재단 이사장(왼쪽)과 참전 미군 유족 클라이드 레이번(오른쪽)이 10일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진행한 ‘70년 만의 특별한 만남’에서 포옹하자 양해찬 노근리 사건 희생자 유족회장(맨 왼쪽)과 조르자 레이번(맨 오른쪽)이 바라보고 있다.
한국전쟁 초기 미군에 의해 피란민 수백명이 희생된 ‘노근리 사건’이 일어났던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평화공원에서 한국전쟁 참전 미군의 유족과 노근리사건 희생자 유족이 서로를 보듬는 ‘70년 만의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미국인 조르자 레이번(72)·클라이드 레이번(81) 부부, 네드 포니(57) 등은 10일 노근리평화공원을 찾아 양해찬(80) 노근리사건 희생자 유족회장, 정구도(65)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이사장 등을 만났다.
노근리사건 유족인 양해찬 노근리 사건 희생자 유족회장(왼쪽 셋째)과 조르자 레이번(왼쪽 넷째) 등이 10일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70년 만의 특별한 만남’을 했다.
조르자 레이번은 한국전쟁 격전지였던 낙동강 전투에서 실종된 제임스 엘리엇(당시 29살) 중위의 딸이다. 엘리엇 중위는 미군 2사단 38연대 소속으로 참전했다가 1950년 8월27일 실종됐다. 1950년 7월26~29일 발생한 노근리사건 관련 부대인 미군 1기갑사단과는 거리가 있었다.
노근리사건 유족인 정구도 노근리 평화재단 이사장(왼쪽)과 참전 미군 유족 조르자 레이번(오른쪽)이 10일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진행한 ‘70년 만의 특별한 만남’에서 서로의 유족 등에게 쓴 편지를 교환하고 있다.
레이번은 아버지와 노근리사건 유족 등에게 손수 쓴 ‘가장 마음 아프게 쓴 편지’를 읽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제가 두살 때 아버지를 잃은 것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여러분도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노근리를 찾아 희생자·유족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국전쟁과 노근리사건의 교훈을 계승하기 위해 협력하자.”정 이사장도 답 편지를 조르자 레이번에게 건넸다.
레이번과 함께 노근리를 찾은 네드 포니는 피란민 10여만명을 탈출시킨 ‘흥남철수 사건’을 주도하고, 인천상륙작전을 설계한 한국전 영웅 에드워드 포니의 손자다. 포니는 “노근리사건은 양탄자 아래에 묻어 두듯 숨겨선 안 되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한·미가 화해를 모색하고 노근리사건 문제 해결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근리사건 희생자 유족인 정구도 노근리평화재단 이사장(가운데 왼쪽)과 참전 미군 유족 클라이드 레이번(가운데 오른쪽)이 10일 노근리평화공원에서 진행한 ‘70년 만의 특별한 만남’에서 손을 맞잡았다. 맨 왼쪽은 양해찬 노근리사건 희생자 유족회장, 맨 오른쪽은 실종 미군 유족 조르자 레이번.
노근리사건 유족들은 사랑으로 이들을 보듬었다. 양 회장은 “여기까지 오기 정말 힘들었을 텐데…. 정말 고맙다. 당신들처럼 노근리 유족들도 피눈물 속에 살아왔다. 전쟁 없는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
양 회장은 노근리사건 때 할머니·형·동생을 잃었고, 자신도 다리를 다쳤다. 노근리사건 때 누나와 형을 잃은 정 이사장은 “노근리사건과 별개로 이들의 선친인 참전 미군의 희생이 이 나라를 지키게 했다.
노근리사건·한국전쟁 70돌을 맞아 과거에 매몰되기보다 미래와 인권, 평화 등을 위해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0일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70년 만의 특별한 만남’을 가진 노근리사건 유족 양해찬 노근리사건 희생자 유족회장(왼쪽)과 참전 미군 유족 조르자 레이번(오른쪽).
양쪽 유족들은 두 나라 정부에 한목소리로 진정한 사과와 합리적인 배·보상 등을 촉구했다.정 이사장은 “1999년 <에이피>(AP)보도 이후 노근리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클린턴 정부가 유감 표명을 한 뒤 배·보상 논의가 나왔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노근리사건 배·보상 문제를 처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르자 레이번은 “미국 정부의 노근리사건 대응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보상 지연, 사건 은폐 등은 노근리 희생자·유족 등의 비난을 살 만하다. 미국 정부는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노근리사건 해결을 위해 연대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근리사건 유족과 한국전 참전 미군 유족 등이 10일 노근리사건 현장인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탄흔을 살펴보고 있다.
노근리사건 유족과 한국전 참전 미군 유족 등이 10일 노근리 평화공원 위령탑에 참배하고 있다.
이들은 노근리사건 현장인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의 총탄 흔적 등 노근리 유적을 둘러보고, 노근리평화공원 위령탑에 헌화·분향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rea/chungcheong/969378.html#csidx5a46eea8475a788aed767c923074b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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