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답사기24, 갈기산
금강과 주변 명산이 어우러진 갈기산
금강과 주변 명산의 어우러진 조망
정상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칼날같은 암릉구간과 기암절벽, 금강과 주변 명산의 풍광이 어우러지는 정상의 조망 등 산타는 맛이 좋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갈기산 등산은 호탄교 삼거리에서 금산방면으로 2.7km 지점 등산로 입구 주차장의 등산로 안내판 옆길로부터 시작된다. 이 주차장으로 접근하려면 호탄교삼거리에서 접근하는 길 외에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금산나들목에서 영동방면으로 길을 잡아 접근하는 길도 있다.
보통 유명한 산 주차장에 이르면 식당가와 기념품 판매장이 즐비하거나 적어도 한두 집 있기 마련이지만 등산객을 위한 화장실 외에는 이렇다 할 시설 없이 한적한 주차장에 타지의 관광버스가 등산객을 실어 나르는 것을 보니 갈기산이 숨은 명산임을 알 수 있다.
등산로 안내판을 새삼스럽게 보고 그 곁의 등산로를 따라 1차 목적지인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니, 이 산은 급경사로를 먼저 내어 놓는다. 워밍업 할 겨를도 없이 급경사를 올라 힘겹기는 하지만 그만큼 고도는 숨 가쁘게 높아지는 법. 숨을 고르며 오던 길 돌아보면 어느새 까마득히 멀어져간 금강이 줄기 채 보이기 시작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헬기장까지 오르는 동안 860m 구간은 가파른 길을 오르면서 고도를 높이는 구간이다. 그만큼 정상까지의 거리는 가까워진 셈이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980m 정도 거리이니 거의 절반을 오른 셈이다. 금산의 적벽을 적시고 영동군으로 흘러드는 줄기가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장관과 그 너머 양산면 일대를 수놓고 있는 크고 작은 산줄기들, 북쪽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천태산(680m)이 조망된다. 헬기장에서 금강과 어우러진 양산면 일대를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른 후 정상을 향한다.
의병장
“왜군을 막으려면 양산덜게기에서 기다렸다가 그들을 공격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왜군에 비해 수적으로 불리할뿐더러 군사가
비등하다 하더라도 우리의 피해 없이 왜군을 단숨에 괘멸시킬 수 있는 요충지입니다.”
양반
“아무리 적군이라도 그렇지.”,
“뒤통수를 쳐서야 되겠는가!”,
“왜군이
금산에 들어오면 죽기를 각오하고 정정당당히 맞서서 싸우세!”
의병장 중봉조헌과 의승장 영규대사, 그리고 그들을 목숨 바쳐 따른 의병들 모두 합쳐서 700명의 의병이 전멸한 금산전투에 얽힌 일화(또는 전해오는 이야기)를 나름대로 각색해 보았다.
그 전해오는 이야기에 비추어 보자면,
금산에 왜군이 침입하기 전에 ‘양산덜게기’에서 왜군을 침입을 막아보자는 어느 의병장의 전략을 회의에 참석했던 어느 대쪽 같은 선비가 비겁하게 공격하지 말자는 주장에 밀려, 금산 수호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양산덜게기’를 적들에게 열어 준 의병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왜군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모두 전사 하였다는 것인데, 그 이야기야 사실이든 아니든 금산전투에서 순국한 7백의병 이야기를 칠백의총(七百義塚)이 전하고 있으며 ‘양산덜게기’ 이야기는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전망석에서 금강과 그 옆의 길, 산자락을 함께 바라보며 이곳에 얽힌 이야기를 상기해 보니 무심코 맞닥뜨리는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전망석을 뒤로 하고 정상을 향하는 걸음은 경사면으로 60m 정도 잠시 이어진다. 이후부터 이어지는 정상부의 능선 길은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정상까지 다다를 수 있으며, 멀어져가는 금강과는 달리 오른쪽으로 월영봉(500m)이 한층 가까이 다가온다. 정상부근 마지막 언덕을 오르니 우람한 암봉이 눈앞에 솟아 있다. 정상이다.
갈기산 정상부에서 갑자기 바위가 솟아 오른 듯 신비롭기까지 한 이 암봉은 짧지만 험하다. 이곳에 오르면 날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천태산, 마니산, 백화산,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 등 영동 명산들의 원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전북무주의 덕유산, 전북진안의 마이산, 충남의 최고봉 서대산등이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정상부 북쪽 발아래를 내려다 보면 금강이 양산면의 산하를 휘저으며 흐르는 장관도 함께 펼쳐진다.
칼바위능선 지나 소골재까지
정상을 뒤로하고 570봉을 향해 가는 길. 비교적 평탄한 등산로를 따라 오르내림 없이 편안히 걷기를 240m 정도 되는 지점에 도착하니 온통바위뿐인 칼바위능선이 시작된다. 바위능선 시작점에서 570m 봉우리까지 415m 구간 내내 이어지는 바위 능선은 칼바위 능선과 길을 막고 있는 벼랑 옆의 바위를 기어오르는 등 곳곳에서 짜릿한 바위타기의 스릴을 맛볼 수 있다.
바위능선 시작점에서 능선을 타고 570m 봉우리를 향하여 가는 중간 250m 지점에서 뒤를 돌아보면 정상과 500m 봉우리를 잇는 바위능선이 말갈기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구간은 어느새 까마득히 멀어져간 금강이 실낟같이 가물거리고 월영봉은 자태를 드러내며 말없이 다가오는 구간이다. 특히 이 구간은 금강을 가까이 두고 정상까지 오르내릴 수 있으며 양산면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비봉산(480m)이 갈기산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장관을 곁에 두고 감상하며 갈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까마득히 보이기만 했던 570봉은 눈이 얼어붙은 80m 거리의 바위날등이 정상부까지 이어진 후에야 정상을 내어 놓는다. 정상부는 사방이 막힘없이 조망되어 호방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보면 갈기산 주봉의 산줄기가 모두 드러나 장관을 이룬다. 남쪽에 조망되는 봉우리는 560봉이다.
570봉을 뒤로하고 560봉을 향하여 가는 길. 이 봉우리까지의 거리는 425m. 내려서며 올라서기까지 안부로 이어지는 편안한 코스이다.
560봉과 소골재의 고도차는 약 110m 정도. 560봉을 뒤로하고 갈림길인 소골재까지 240m의 구간은 급경사를 이룬다.
하산과 관련정보
갈기산 등산코스는 크게 3가지 코스로 나뉜다. 주차장에서 정상을 밟고 관광농원으로 하산하거나 주차장에서 정상을 밟고 570봉과 560봉을 차례로 밟으며 소골재에서 소골로 길을 잡아 하산하는 길. 그리고 소골재에서 월영봉을 밟고 485봉을 지나 소골로 하산하는 길 등이다.
금번 산행은 소골재에서 하산하는 길을 택했다. 이 길은 소골을 지나고 계곡을 을 끼고 걷는 등산로로 이어진다. 정상과 월영봉이 마주보는 사이의 계곡으로 난 길이니만큼 산 깊고 물 깊은 골자기가 따로 없다. 갈림길에서 주차장까지 3km를 가야한다.
